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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론/미국은 한반도 대인지뢰 매설 책임져야

작성자: 평화나눔회

조회: 58307 등록일: 2003-02-04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내 대인지뢰 매설과 그 피해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군은 한국전쟁 당시부터 1960년대까지 수십 곳의 주둔기지 주변에 지뢰를 묻었으나 부대가 철수할 때 지뢰를 제거하지 않았고, 지뢰매설 
정보조차 한국군에 넘기지 않아 미군이 묻은 지뢰로 2002년까지 피해자가 계속 나왔다. 그 피해는 확인한 것만도 21개 지역 100명에 이르며, 
김포·파주·연천·철원·고성 5개 지역 주민들은 집단 피해를 봤고, 주한미군조차 5명이 지뢰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한미군은 
기자회견 5일 뒤에 “주한미군은 한국 내에서 지뢰를 설치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해명문을 언론을 통해 보냈다. 한 쪽도 안 되는 주한미군의 
해명문을 반박할 근거는 (당시 주한미군 시설에서 근무했던 한국인과 피해자 증언, 한국전쟁 참전 미군의 기록 등) 많다. 한 사례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대위 존 웹스토버는 55년에 직접 기록한 〈한국에서의 전투지원〉(컴뱃 서포트 인 코리아)에서 주한미군이 대인지뢰를 매설한 사실은 
물론, 매설 과정이 불합리하게 진행되었음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미군 지뢰전 교리는 흠잡을 데가 없으나 8군이 12만발의 지뢰를 부대에 
보낸 후 불과 2만발만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설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10만발은 버리거나 기록도 하지 않고 
매설되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전쟁 중 주한미군이 매설한 대인지뢰의 부적절한 처리와 지뢰 매설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따른 피해 
보상을 미국 쪽에 요구하고자 했다. 미군은 전후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지 않았다.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군은 지뢰매설 당시 
지뢰매설 지도를 정확히 작성해 두지 않았고,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후 72시간 내에 그들의 일체의 군사역량, 장비 등을 비무장지대에서 
철거해야 함”을 명시한 정전협정 2조13항 ㄱ조를 지키지 않았으며, 미국이 주도적으로 체결한 특정재래무기 금지협약(CCW) 개정 제2의정서 
10조1항의 “적대행위의 종료 후 자신의 통제 아래 있는 지역 안의 지뢰 등을 제거·철거·파괴할 책임” 역시 지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밝혀진 피해자의 수만도 100여명에 이르는 비극을 초래하였다. 또한 
아직까지도 이 땅 곳곳에 잠재적 피해자의 발길을 기다리는 대인지뢰를 남겨두었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뒤 대인지뢰 피해자 보상과 대인지뢰 
제거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출한 바 있다. 또한 97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대인지뢰 전면금지조약에 서명하지 않아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게 되자 “미국은 2010년까지 세계의 지뢰제거를 위해 매년 10억달러를 투입할 것이며, 이는 지뢰의 위협에서 모든 국가의 
민간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현재 세계의 지뢰제거에 들이는 비용은 전체 액수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반도에 매설된 지뢰에도 책임이 있는 미국이 이러한 자국의 노력에서 한반도의 민간인 대인지뢰 피해자들을 제외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덧붙여 한국 정부도 이 문제에서 면죄부를 가질 수 없다. 조사 과정에 관련 질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으나 국방부는 한-미 
합의에 따라 과거 미군기지 실태에 관한 문서들을 오래 전에 폐기했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가 과거 미군기지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한국대인지뢰 대책회의는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과거 미군의 대인지뢰 매설 실태조사에 들어갈 
것을 촉구한다. 또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3조는 주일미군의 그것과는 달리 미군의 한국 기지사용 때 기지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처를 
용인하면서도 한국 쪽에 통고할 의무를 지우지 않으며, 4조에서는 기지 반환 때 ‘미군이 행한 조치에 대한 원상복구 및 보상의 책임’도 미군에게 
지우고 있지 않다. 이 두 조항은 미군이 주둔 때 대인지뢰를 매설해두고도 철수하면서 지뢰를 제거하지 않거나 지뢰매설 정보를 한국군에게 넘기지 
않아도 될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으로서, 한국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개정해야 할 사항이다. 김미옥/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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