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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인만 몰랐던 지뢰에 관한 불편한 진실

작성자: 평화나눔회

조회: 56788 등록일: 2010-09-16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뢰밭의 고향’.<br><br>미국에서 네티즌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속어 사전인 ‘도시사전 사이트(www.urbandictionary.com)’ 검색창에 ‘Korea’를 넣으면 첫 줄에 나오는 문구다. 미국인들이 한국의 대표 이미지로 ‘지뢰’를 떠올린다는 사실은 놀랍다.<br><br>그런데 이런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작 지뢰 하면 비무장지대(DMZ) 등 군사지역에나 있는 것쯤으로 여긴다. 불과 3년 전 인천시 강화군 양뜰해수욕장 같은 곳에서도 지뢰가 터졌다. 가장 흔한 발목지뢰(M-14 대인지뢰)는 무게가 100g밖에 안 된다. 올해처럼 폭우가 자주 쏟아지면 땅에 얕게 묻힌 지뢰가 물에 쓸려 계곡·하천을 통해 전국 어디로든 흘러갈 수도 있다. 2000년 이후만 해도 지뢰사고로 죽거나 다친 민간인이 47명이나 된다. 연평균 4명꼴이다. 이런데도 우리는 그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잊고 사는 게 분명하다.<br><br><table width="267" align="right"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g="0"><tbody><tr><td width="15"></td><td><img width="250" class="blb" src="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009/htm_2010091601045210001010-001.JPG" border="0"></td></tr><tr><td width="15"></td><td class="pt_8 rgray01" style="width: 252px; line-height: 15px;">본지 9월 13일자 1면 ‘지뢰’ 보도 지면.</td></tr><tr><td width="0" colspan="2"></td></tr><tr><td height="15" colspan="2"></td></tr></tbody></table>정부의 대응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전후 지뢰 피해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현재 묻혀 있는 지뢰는 몇 발인지조차 정확한 자료가 없다. 정부나 군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는 추정치이거나 극히 일부만 반영한 것들이다. 게다가 과거 우리 정부는 사실과 다른 얘기도 했다. 199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우리 대표단은 “한국에는 대인지뢰로 인한 어떤 희생자도 없고, 155마일(약 250㎞)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그 어떤 지역에도 대인지뢰를 매설해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br><br>이런 공식 입장이 무색하게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98년 이후부터 서울 우면산을 비롯해 전국의 후방 지뢰지대 36곳에 묻힌 지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3900여 발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유실 지뢰가 남아 있음에도 ‘과거 지뢰지대’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관리된다. 지뢰는 국제적으로 한 발만 있어도 ‘지뢰지대’로 표시되고 관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라는 딱지를 굳이 붙여 놓고 있다.<br><br>정부는 지뢰 제거 전문부대도 창설했다. 여의도 면적(8.4㎢)의 10배가 넘는 91㎢의 지뢰지대를 4개 공병부대가 맡고 있다. 예산도 연 4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br><br>국방부 관계자는 “부족한 예산을 우선 투입할 곳이 많다 보니 지뢰 부문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가는 국민 단 한 명의 생명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다.<br><br>본지의 지뢰 관련 탐사보도(9월 13, 15일자)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하는 등 정부가 발 빠르게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뢰 피해 실태와 위험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뢰금지국제캠페인(ICBL) 실비 브리곳 사무총장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지뢰 관련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 국민에게 지뢰 위험 교육을 하고, 피해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br><br>고성표 탐사부문 기자<muzes@joongang.co.kr></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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